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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디지털 VS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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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임재범의 노래를 직접 듣고, 수많은 여성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 우리 조상이 씻김굿할 때 보여주던 어마어마한 기의 파장과 공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장의 기는 브라운관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시사인 발췌) 피터 드러커처럼 기술주의적으로 인간을 이해한다면 아날로그의 감성을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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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작업을 하는 본인에게 미디는 상당히 중요하다. 미디는 기술이 발전할 수록 실제 사운드같은 느낌을 더욱 더 잘 표현한다. 작업한 음악이 실녹음인지 컴퓨터 음악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래서 위의 글에 대해 50%정도 동의하지만 50%는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본인은 점점 디지털 기록물에서 '현장의 기'를 느끼는 경우가 잦다. (만약 브라운관에서 '나가수'가 뿜어내는 기를 전달받지 못했다면, 음향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들어보라. TV에서 고퀄리티 사운드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한계를 실감하면서도, 기술의 위대함에 감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이라는 괴상한 물건은 HD 카메라에 고가 콘텐서 마이크의 녹음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누구나 손쉽게 '기'를 담아내는 세상이 만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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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디지털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디지털만의 독특한 '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반복'에서 나타나는 기다. 현실감은 극대화 시키면서, 새로운 효과를 입혀 기록물을 재창조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디지털 기록물의 강점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록물을 반복해서 접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매력을 우리는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별로 였지만, 자꾸 듣게 되면서 좋아지는 음악이 있었다면 이는 자신도 모르게 '반복의 기'의 영향을 받고 있던 것이다. 현장이 주는 기보다 파괴력은 적지만, 반복을 통한 누적으로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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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은 불필요한 과식을 하고 싶고, 밤새 술을 퍼마시고 싶은 것처럼 아날로그만이 가지고 있는 강한 기를 가끔씩 느끼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우울증에 걸리고,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날로그 감성의 필요성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디지털이 어느새 아날로그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아날로그를 접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고,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는 '역치'는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시대가 지날 수록 아날로그를 잊은 친 디지털 세대의 비중이 증대될 가능성도 높다.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한다. 어쩌면 지금은 아날로그 감성이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발버둥 치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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