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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코와 블랙풀



# 지난 금요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나온 바스코의 공연은 정말 울컥할만큼 감동적인 무대였다. 그의 진솔한 가사와 뛰어난 실력은 물론, 그의 떨림이 무엇보다 나를 울렸다. 더욱 놀란 것은 PD의 편집이었다. 바스코의 연속된 실수를 여과없이 방송에 내보낸 후, 부다사운드의 맏형 이하늘이 관객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하늘은 울먹거린다. '데뷔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이번 녹화가 처음 방송을 타는거라 미안하다며..'. 동시에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교차편집하여 감동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바스코의 세 번째 도전. PD는 성공을 알리는 복선으로 '자막'을 집어넣는다. 스케치북에서 '자막'이 나온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스케치북에서 웬만하면 볼 수 없는 것이 자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스코의 세번째 도전에서 기분좋게 자막이 등장한다. 그의 세번째 도전은 성공이라는 것을 알린다.  

그의 가사는 무대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내게 안된다고 하지마. 용기가 없다면 손을 잡아봐 두렵다고 절대 피하지는 마' 라는 가사를 내뱉으며 무대의 분위기를 정점에 이르게 한다. 문장으로 볼 때 너무나 진부한 이 가사가 그의 입에서 전달될 때 가슴은 나도 모르게 뭉클해진다.

바스코의 끊임없는 도전과, 그의 의지가 담긴 가사. 얼마나 아름다운 하모니인가.
'나는 가수다'를 보고도 아무 감흥을 못 느꼈던 내게, 바스코는 최고의 무대였다.


# 불랙풀이 강등당했다. 바스코가 내게 희망의 찬가를 선사했다면, 블랙풀의 강등 소식은 슬픔의 노래다. 남자의 팀, 블랙풀은 축구 캐스터 말대로 '희망'이었다. 돈의 논리가 휘젓고 있는 프리미어 리그에 너무나 작은 팀 '블랙풀'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재미있게 경기에 임한다는 '철학' 아래 그들은 상대가 누구던 간에 화끈한 경기를 펼치곤 했다.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 화끈한 득점과 동시에 실점 수도 상당했다. 하지만 블랙풀의 팬들은 결과에 연연치 않았다. 꿈의 무대, 프리미어 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짜릿한가. 순위에 개의치 않았다. 대패한 경기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언제나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 '꿈꾸는 시간'이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돈이 아닌 '희망'만으로 경기를 임하는 블랙풀이 잔류했으면 한다"는 캐스터의 말은 깊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승점 1점에 희비가 교차하고, 득점차에 집착하는 모습은 마치 수많은 것들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떠오르게 한다. 그들이 잔류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지는 않았을까.

아쉽게도 그들은 우리에게, 세상의 '강등 시스템'을 체감하게 해준다. 희망만으로 살아가기는 조금 벅찬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실망했지만 우리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미래가 있다.' 블랙풀은 반드시 복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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