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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시대는 밝아오는데


 21세기를 맞이하는 2001년은 실망스러웠다. 90년대 당시 공상 과학 만화를 즐겼던 나는 21세기에는 무언가 다를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차가 있을 줄 알았고, 로보트가 길거리를 배회하며, 화성에는 새로운 생명이 잉태될 줄 알았다. 2000년 12월 31일 자정 10초 전, 들뜬 마음에 나는 TV에 안에 계시는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10, 9, 8, … 2,1,0'.  2001년이 밝았다. 아나운서가 "2001년, 드디어 21세기 입니다"며 열광했지만 주변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변함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자동차와 버스는 여전히 빵빵거리며 꽉 막힌 도로에 갇혀있었다. 처음으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할까나.

 10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점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미디어였다. 정확히 말하면 핸드폰의 진화였다. 적어도 젊은 층에게 핸드폰의 진화는 주요한 관심거리였다. 소위 냉장고라는 '플립' 형태의 핸드폰에서,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는 엄청난 혁신이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전형적인 전화기 모양의 플립과는 달리, 폴더는 가지각색의 디자인을 손보였고 슬림화를 통해서 핸드폰의 경량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었다. 블랙베리만의 특유의 핸드폰 형태와 슬라이드 같은 독특한 형태가 폴더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폴더가 가진 강력한 플랫폼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폴더 만의 강력한 플랫폼을 이겨낸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폴더가 등장하고 나서 10여년이 지난 최근의 일이었다. 컴퓨터처럼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어플리케이션이라는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을 강하게 어필한 것이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콘텐츠의 창작과 공유는 일상화되었고,이는 콘텐츠를 주축으로 하는 미디어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하였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확장판 태블릿 PC가 등장하면서, 뉴미디어의 '춘추 전국 시대'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불과 2~3년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실 미디어의 발전 방향은 예견된 21세기와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60년대부터 꾸준히 추진되어 왔던 시네마스코프 처럼 화면은 계속 대형화될 줄 알았고, 카메라 기술이 발전되면서 화질에 대한 발전은 나날이 발전할 거라고 믿어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영상 기술의 발전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나날이 발전한다는 것을 우리는 직접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 관심사는 이런 것들이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작아진 화면이 보여주는 아마추어한 콘텐츠에 열광한다. 3D가 아닌 어색한 색감의 게임 어플을 즐기고,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들을 보고 즐거워한다. 인디밴드가 손수 작업한 EP 앨범을 들으면서 우리들은 어설프지만 진솔한 사운드에 매력을 느낀다. 또 영상이 주가 될 줄 알았던 미디어 시대에,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은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해 글에 대한 수요를 높인다. 뉴미디어 시대는 기술만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실증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뉴미디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우리들도 어느새 뉴미디어에 쉽게 적응하는 것을 보며 이제 정말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제작자의 관점에서 우리는 이 시대를 더욱 넓고 깊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수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융통성'이다.  즉, 수용자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어디에 있든지 상관하지 않고 찾아본다는  것이다. TV 시청시간보다 열악한 화질의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길다는 점, 재미있는 어플을 구하기 위해 미국 계정을 만드는 소비자들의 행동은 이를 대변하는 좋은 실례다.

 이렇게 모든 것을 정리해보면, 우수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작자 역시 뉴미디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새롭게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상파는 더이상 절대적인 매체가 아니다. 단순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하나의 도전자일 뿐이다. 이 새로운 환경의 주역은 누가 될 것인가. 이는 정보의 호수라고 일컫는 인터넷 환경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네이버가 좋은 예다. 네이버가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강력한 매체가 되었듯, 혼란스러운 뉴미디어 환경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제작자야 말로 뉴미디어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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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수정할 수 있을까. 부족했던 필력마저 확 빠져버렸다. 그런데 한결 여유가 생긴다. 이건 무슨 근자감이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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